섬 주민의 건강을 지키는 비대면 진료의 중요성
아침에 일어났는데 허리가 아프네요.
예전에 수술했던 부위인데….
27일 오후 전남 완도군 신지도 보건지소 진료실.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최영진 씨(30)는 모니터 화면을 통해 환자 한모 씨(74)의 설명을 들으며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최 씨는 환자에게 아픈 부위와 평소 복용하는 약 종류 등을 물었고 약산도 보건지소 간호사가 잰 혈압과 맥박 결과를 살핀 뒤 약을 처방했다.
두 섬은 연결돼 있지만 한 씨가 대면진료를 받으려면 차량으로 23km 가량을 가야 하는 탓에 이날 비대면 진료를 활용한 것이다.
전남지역 보건소 과반 “의사 없어”
정부는 2월 23일 병원에서 제한 없이 비대면 진료를 할 수 있도록 허용했고, 지난달 3일에는 전국 보건소 및 보건지소 1587곳에도 비대면 진료를 허용했다.
이는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병원 이탈로 인해 발생한 의료 공백을 메우기 위한 조치였다.
전공의가 떠난 자리를 채우느라 전국 공보의 1213명 중 257명(21.2%)을 파견하면서 상주 공보의가 없는 지역이 늘어난 것을 감안한 조치다.
실제로 전남의 경우 전체 보건소와 보건의료원, 보건지소 237곳 중 과반인 120곳에 공보의가 상주하지 않고 있다.
또 265개의 섬이 있는 완도군에는 보건지소 12곳이 있는데 이 중 4곳에 상주 공보의가 없다.
비대면 진료의 도입과 한계
전남도는 공보의가 없는 지역 환자들이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화상 진료 시스템을 정비해 이달 초 운영을 시작했다.
이날 약산도 보건지소에서만 환자 3명이 신지도 보건지소 공보의로부터 비대면 진료를 받았다.
다만 한계도 있다.
비대면 진료는 감기 등 가벼운 증상이 있는 환자와 재진 환자 위주로 이뤄진다.
환자의 상태를 정확하게 살피는 것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비대면으로는 진료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순회 진료 등 대면 진료가 가능할 때 다시 보건지소에 방문하라고 안내하기도 한다.
이날도 환자 정모 씨(79)가 “처방 약이 너무 많아 어떤 약을 얼마나 먹어야 할지 고민”이라고 하자 최 씨는 “내일(28일) 다른 공보의가 순회 진료로 약산도 보건지소를 방문하니 갖고 있는 약을 모두 들고 다시 방문해 달라”고 했다.
의료취약지역의 공보의 부족 문제
이번 공보의 차출로 심화됐지만 사실 의료취약지역의 공보의 부족 문제는 어제 오늘 생긴 게 아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치과의사와 한의사를 제외한 공보의 수는 올해 1213명으로 2015년(2239명)과 비교하면 절반 가량에 불과하다.
이는 의대 졸업생들이 공보의보다 기간이 짧은 일반 사병 복무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공보의는 기초 군사훈련 기간까지 합치면 복무기간이 37개월에 달해 일반 사병(18개월)의 2배 이상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전공의 수련을 시작한 경우 공보의나 군의관으로 병역 의무를 마쳐야 하지만 수련 전이면 현역병으로 입대할 수 있다.
공보의 급여가 월 200만 원대에 불과하다 보니 군복무를 빨리 마치고 개원하는 게 경제적으로 이득이라고 보는 의대 졸업생도 많다.
과거에 비해 의대에 진학하는 여성이 많아진 것도 공보의 감소에 영향을 미친 요인 중 하나다.
최 씨도 “병사 복무 기간이 지속적으로 줄어든 반면 월급은 100만 원 이상으로 올라 사병 복무가 낫다고 생각하는 후배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라고 했다.
보건소 비대면 진료 상시 허용의 필요성
의료계에선 현 상황이 이어질 경우 내년에 문제가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의대 수업 거부가 장기화되면서 내년 초 졸업 예정이었던 의대생들이 대거 유급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 지역의 경우 현재 공보의 229명이 근무 중인데 76명(33%)은 내년 3월 말 소집해제 예정이다.
문권옥 전남도 건강증진과장은 “공보의 부족 현상을 조금이라도 해소하려면 한시적으로 허용된 보건소 비대면 진료를 상시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 취약지에 비대면 진료가 상시 허용된다면, 섬 주민들과 같은 의료 접근성이 낮은 지역 주민들이 더 나은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비대면 진료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순회 진료나 대면 진료와의 적절한 연계가 중요하다.
결국 비대면 진료는 의료 취약 지역의 중요한 대안 중 하나로 자리잡아야 하며, 이를 위해 지속적인 제도적 지원과 개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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